지난 1월 13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합의로 타결됐습니다. 많은 언론이 ‘타결’이란 소식을 전했지만, 이미 꼬일대로 꼬인 버스 체계를 바로잡는 과제는 여전히 남았습니다. 버스 준공영제 문제를 오랫동안 비판해 온 공공교통네트워크는 "결국 돌고 돌아 요금인상이 당연한 것처럼 몰고 갈 것이라는 ‘분위기’에 절망"한다고 논평하며, 매번 시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준공영제하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세금으로 민간 사업자의 손해를 보전하는 제도인 버스 준공영제를 향한 가장 대표적인 비판은 재정 문제입니다. 그리고 재정 문제만큼 큰 문제는 바로 대중교통이라는 영역의 특성과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시민은 철저히 소비자로서만 취급 받는다는 점입니다. 소비자 시민은 요금인상이든 파업이든 사실상 결과를 기다리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결국 준공영제의 재정 누수, 민주주의의 문제 모두를 해소할 다음 스텝은 소유와 관리 영역을 공공으로 가져오는 공영화입니다.
하지만 버스 공영제 도입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민영의 역사가 길고 그 사이 사업의 규모도 커졌습니다. ‘지역 유지’의 대표 사업이었던 버스 사업에 이제 사모펀드까지 들어와, 시민의 발을 고배당 꿀사업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버스 외에도 공공영역으로 가져와야할 부문, 지금은 공공영역에 있지만 민영화의 위기에 직면한 부문들을 공영화하고 지키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 큰 이권에는 더 큰 반대가 있겠죠.
어려운 정책 전환일수록 시민의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선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평상시에는 소수의 민간 사업자, 민영 논리를 강화하는 언론과 정치인의 입김이 강할지 모르지만, 선거 정국의 핵심 의제가 된다면 다수 시민의 의지가 강하게 작동할테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버스 공영화 로드맵’을 내세워 당선된 시장에겐 시민 의지라는 강력한 무기가 생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마침 이번 버스 파업 전후로 잠재적 서울시장 주자들의 메시지가 이어졌습니다. 현 시장 비판에 비중을 실은 이도 있었고, 파업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문제에 집중하는 이도 있었고, 준공영제의 정산 방식을 비판한 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파업을 계기로 준공영제를 대체할 시스템을 논한 예비주자들도 있었죠. 공영 노선과 민영 노선을 구분하자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이원화 대신 완전 직영화로의 전환을 이야기한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등입니다.
출마예정자 사이에서 공영화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건 반가운 일입니다. 본격적인 선거 정국에서도 이렇게 ‘공영화 로드맵’ 경쟁으로 치러진다면 어떨까요? 부문별, 지역별 공영화 투쟁을 함께해 온 진보정당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의제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미국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케이티 윌슨, 조란 맘다니의 선거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통, 돌봄, 환경 등 주요부문을 시장으로부터 '탈환’하자는 구호가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6월 3일, 표를 통해 ‘탈환의 시작’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