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즉 정당이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하는 일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은 민주주의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주체이고, 공천은 그 정당이 스스로의 방향과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래서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공천이 무너지면 그 당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가 훼손된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오늘 위클리 알트는 공천 범죄를 넘어서 공천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잠깐 이론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넘어갈까요? 지면상 깊이 다룰 순 없지만, 정치학에서는 공천 방식을 [후보자 자격, 공천 주체, 분산화 정도, 경선 여부]로 나누고, 각 부문이 얼마나 개방적인지 혹은 배타적인지에 따라 유형을 구분하곤 합니다. 비당원에게도 출마를 허용하면 [후보자 자격] 기준이 개방적인 것이고, 당 대표가 후보를 지명하면 [공천 주체] 측면에서 배타성이 강한 방식이라 할 수 있겠죠.
무수한 경우의 수 중 바람직한 ‘모범 답안’이 있을까요? 흔히 말하듯 개방성을 극대화하자는 의견도 무조건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가령, 이념적 선명성을 중시하는 정당은 일반적으로 후보자 자격 기준을 배타적으로 두고, 선거지향적 포괄정당은 문턱을 낮추는 등 공천 방식은 그 정당의 지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과거 벨기에 사회당은 후보의 협동조합 활동 경력까지 자격 요건에 포함시킨 반면, 미국의 정당들은 비당원에게도 출마의 문을 열어두는 식입니다. 또, 중앙당이 아니라 지역위원회(지구당)에 공천 권한이 있다면 ‘분산화’ 부문에서 더 개방적이라 보지만 그 경우에도 공천 주체, 경선 여부 등 다른 요인에 의해 ‘밀실 공천’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때로는 이 개방성 확보로 인해 인접지역이나 당 전체의 의사결정, 자원배분이 교란될 수도 있겠죠.
이처럼 공천 방식에 정답은 없지만, 공천 방식을 정하는 과정에는 정답이 있습니다. 그 공천 방식이 당내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을 하냐고 하실 수 있지만, 의외로 지도부 독단으로 공천 룰을 변경하면서 내홍을 겪거나, 반대로 오래된 공천 룰을 점검조차 하지 않는 경우는 빈번합니다. 그렇게 공천 방식에 대한 당원의 동의 수준이나 관심이 낮아지면 당장 선거운동 참여 열의부터 낮아지고, 결국 해당 정당이 구현하는 정치의 역량과 색깔은 흐릿해져 갈 것입니다.
선거를 치르다보면 후보자 등록을 위해 선관위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한 무더기입니다. 그 수많은 서류 중 공천장, 즉 정당의 ‘후보자 추천서’가 가장 무거운 종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천은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 수준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무게는 공천장에 도장을 찍는 지도부만이 아니라 도장을 받는 출마예정자도, 그리고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당원들도 함께 느껴야할 무게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지금 공천이 과연 그 무게를 품고 있는지입니다.
지방선거 공천이 곧 시작됩니다. 여러분은 지지정당의 공천 방식에 동의하시나요? 아니라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공천은 어떤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