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마침 어제는 제가 사는 동네의 쓰레기 배출 요일이었는데요. 늦은 저녁 쓰레기를 버리러 갔을 땐 이미 쓰레기들이 가득 쌓여있었습니다. 한 두 건물에서 내놓는 쓰레기가 이 정도라면, 인구 천만 서울의 쓰레기는 그 부피가 어느 정도일까요? 그리고, 그 거대한 것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지난 1월 1일부로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었습니다. 즉, 종량제 봉투를 땅에 그대로 묻지 않고 재활용과 소각을 하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하지만 서울의 기존 소각장만으로는 이미 비대해진 폐기물 처리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그 결과, ‘원정 소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언론의 취재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개 자치구가 경기도, 충청도 등의 민간소각장과 계약을 맺은 상태라고 합니다. 청주, 공주, 서산 등 서울의 쓰레기들이 향하는 곳은 다양합니다. 인천, 경기의 지자체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서울에도 네 곳의 공공소각장이 있지만, 그 네 곳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인근 주민 말고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즉,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재활용되는지, 묻히는지, 소각되는지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우리는 내 집 앞에 내놓기만 하면 쓰레기의 존재를 잊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이미 인프라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비대해진 도시의 씁쓸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서울·수도권의 쓰레기를 떠안은 지역의 상황은 더욱 아픕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이미 충북지역은 전국 사업장 폐기물의 20%를 처리하고 있고, 관련하여 주민 피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이젠 서울·수도권의 생활폐기물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안은 무엇일까요? 근본적인 폐기물 감량 정책, 발생지 처리 원칙에 입각한 처리 등 이미 정부와 지자체들은 답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매립지 매립 종료가 예고된 지 수 년이 지나는 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막상 매립 금지가 시행되자 쓰레기를 부랴부랴 타 지역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죠. 수도권 직매립 금지 시행 12일차, 우려했던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안도할 게 아니라 마땅히 서울·수도권이 감당했어야 할 ‘쓰레기 대란’이 지금 어디로 옮겨 가 벌어지고 있는지 인지해야 하겠습니다.
혁신도시, 5극 3특 등 각종 지역균형 정책이 매 정부 등장하고, 대규모 공장 유치에 지역의 모든 것이 달린 것처럼 다루곤 하지만 정작 서울이 비서울을 착취해 온 오랜 구조는 2026년에도 여전히 작동합니다. 오늘 다룬 폐기물 뿐만 아니라 에너지, 오염 물질, 인간 등 ‘이동’할 수 있는 모든 부문에서 말이죠. 오는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이 불평등한 이동과 착취의 구조를 어떻게 대할지 함께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