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욕에서 기념비적인 승리가 나왔습니다. 조란 맘다니(민주당)가 거대 자본과 정치 기득권을 뚫고 뉴욕시장에 당선된 겁니다. 맘다니는 우간다 출신 인도계 무슬림 가정에서 자랐고, 음악 프로듀서, 주거활동가, 뉴욕주 하원의원이라는 경력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좌파 정치 조직 민주사회주의자들DSA의 일원입니다(모색 공부모임에서도 같이 살펴봤었죠!).
당선을 두고 반(反)트럼프 정서나 감각적인 소셜미디어 전략의 효과를 거론하는 분석도 있지만, 시민들이 선택한 정치의 방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뉴욕의 진보적인 조직, 이민자, 성소수자와 함께 섰고, 임대료 동결과 무상 버스, 보편적 무상 보육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그의 공약 중 저렴한 주택 승인 가속화, 세입자 보호 강화, 부자·기업 증세 등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도시를 바꾸는 공약들이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표심은 분명히 “살 수 있는Afford to live" 도시를 향해 있었죠.
당선 이후 행보도 그 방향을 확인시켜줍니다. 맘다니는 5인으로 구성된 인수위원회 지도부를 발표했는데, 총 다섯 명의 인수위원은 각각 기업권력 견제, 행정 경험과 역량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며, 전원이 여성입니다. 이번 선거가 그저 상징적 장면을 넘어 권력 중심을 겨냥한, 그리고 실제 작동하는 변화의 첫 걸음임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사회주의자 맘다니의 승리는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진보는 물론 주류정당의 인사들까지 환호를 보냈죠. 동시에 단순 비교와 과한 기대를 경계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번 결과를 ‘언더독의 기적’, ‘청년 정치인의 이변’으로만 소비해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 승리의 핵심은 성소수자 권리, 팔레스타인 연대 등 논쟁적 이슈에서 선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삶의 필수 영역에 대한 무상 정책과 증세라는 과감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만든 결과라는 데 있습니다.
부동산 가치 상승을 위한 경쟁장으로 소비되곤 하는 지방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우리는 지난주 너나없던 환호에 상응하는 '다른 정치'를 만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