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광장 앞 142미터 고층 빌딩 논란이 뜨겁죠. 지난 10월 말, 서울시는 높이와 용적률을 각각 145m, 1,094%로 완화하는 세운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고시했습니다. 세운 4구역은 종묘광장 맞은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선 2023년, 서울시가 문화재 보존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조례 개정을 단행했고 문체부가 반발하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요. 지난 6일 대법원이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논란은 더욱 본격화되는 양상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관점은 문화재 보존의 관점입니다. 종묘는 1995년 이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며, 최근에는 국가유산청이 종묘 일대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기로 하여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 측에서도 세계유산형향평가를 권고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사도시 서울’이라는 보존 담론은 그 자체로 타당하면서도 큰 힘을 발휘하는 관점입니다. 특히 종묘와 엮여있는 이번 논란에서는 그렇습니다. 다만, 좀 더 보편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다소 제한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자칫 디테일한 건축 설계 논쟁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종묘 경관을 해치지 않게 잘 배치해볼게”라는 식이죠. 또한 도시의 역사는 매 순간 켜켜이 쌓이는 것인데, 먼 과거의 흔적은 보존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반면 가까운 과거의 장소성은 쉽게 삭제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장착해야 할 또 하나의 렌즈는 용적률입니다. 용적률은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용적률 200%가 허용되는 100㎡ 크기 땅이라면 연면적 200㎡ 규모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죠. 이번 논란의 경우에도 오세훈 서울시정이 최대 용적률을 1,000%이상까지 대폭 완화 해줬고, 이는 높이제한 완화와 결합해 더 높은 건물을 가능케하는 결정입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용적률이 단순히 규제나 인센티브 도구가 아니라 경관, 도로와 상하수도 등 인프라 부담까지 결정 짓는 일종의 공유재 배분 규칙이라는 점입니다. 즉, 용적률 완화는 전적으로 공익적 관점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다뤄져야한다는 말이며, 용적률 완화를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이 누군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세운상가 일대를 두고 ‘폐허처럼 방치된’, ‘도시의 흉물’로 칭했습니다. 우리는 ‘물리적 노후 공간’이 수선이 아니라 제거의 대상이 되거나, 사람들이 잘 사용하고 있는 공간들이 ‘유휴공간’이란 행정언어로 소거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합니다. 곧 다가올 지방선거에서도, 세운상가 뿐 아니라 서울혁신파크, 목동, 상암 등 여러 지역에서 고층 랜드마크 빌딩의 조감도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한국에서 초고층 건축물(높이 200m, 50층 이상)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 아니라 부산이고, 서울과 부산이 아니더라도 수평으로 더 커지지 못하는 도시에서 자본은 언제나 수직으로 확장하니까요.
‘종묘’ 같은 세계유산이 없는 지역에서는 어떤 관점에서 도시 개발을 해석하고 대응해야 할까요? ‘낙후’와 ‘유휴공간’이라는 언어의 의도를 깨뜨리고, 용적률과 경관이라는 공유재에 대한 권리를 구체화해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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