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초유의 내란 사태 이후 치러진 이번 선거 결과,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거대한 민주당계 진영을 공고히 하는 선거였던 한편, 지난 총선에 이어 독자적 진보정치의 필요를 확인하는 선거였습니다. 중도 보수를 자처하는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윤석열 정권의 부자감세 철회에는 유보적이었고, 당선 직후 대통령실 편성에서는 ‘기후환경에너지’ 비서관을 ‘AI미래기획수석’ 산하에 배치하면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이른바 ‘신산업’ 정책에 종속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실망과 우려는 곧 대안의 필요를 뜻하기도 합니다. 거대한 두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는 한국 정치 지형에서, 대안 정치와 정책을 지지하는 1%의 의지에 모색도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대안정치공간 모색이 문을 연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모색은 지난 6개월 동안, ‘정치 조직화’를 키워드로 한 워크숍과 집담회, ‘월간 홍시’처럼 더 널리 알려져야 할 콘텐츠 큐레이션, 정치사회 현안 대화모임 ‘모임 낙수’, 그 외 서평 등 연재 기획을 진행해왔고, 대안적 소유제도에 관한 한 건의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돌아보면 나름의 반향을 이끌어낸 기획도 있었지만 시행착오를 겪거나 실행을 주저하게 되는 일도 더러 있었습니다.
모색을 처음 만들면서 세웠던 내부적인 목표 중 하나는, 1년 내에 최소한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한 명의 상근자를 두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그 목표를 실현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도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느리지만 하나둘 기획이 늘어나고 있고, 또 그에 따라 회원분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선은 끝났지만 모색은 계속됩니다. 기존 콘텐츠를 더 널리 알리는 일에 힘쓰는 동시에, 전체적인 콘텐츠의 양도 늘려나가고자 합니다. 대안 이야기를 나눠줄 동료를 찾아 먼저 제안하고, 반대로 제안도 적극적으로 받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더 강화할 예정입니다. 모색의 첫 기획이기도 했던 ‘정치 조직화’ 기획은 이른바 시즌1을 마무리하는 내부 평가를 가진 뒤 실제 조직 현장을 만나는 시즌2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 외 미뤄두었던 다양한 기획들도 실행에 옮길 예정입니다.
모색을 꾸리는 일은 각자의 노트 속에만 담아 둔 대안정치 기획을 꺼내놓는 장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흥행 실패나 비판을 회피하지 않고 ‘일단’ 해보자는 6개월 전 문을 열 때의 마음을 다시 장착하고, 재밌게, 그러면서도 속도감 있게 해보겠습니다. 더 많은 활동가, 연구자들이 대안을 펼칠 수 있도록 올 하반기까지 최소한의 재정 안정성을 만들겠다는 목표에도 매진하겠습니다. 때로는 응원과 제안으로, 때로는 반론으로 함께 모색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