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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도 멈춰 세운
폭염, 노동은 왜 멈추지 못하나
기록적인 폭염에
프로야구가 멈췄다. 한국야구위원회는 관중과
선수단의 안전을 이유로 5일과 6일 열릴 예정이던 1·2군 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폭염으로 프로야구 전 경기가 한꺼번에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 4일 인천 랜더스필드(문학구장)에서는 20대 관중이 온열질환 증세로 쓰러지는 응급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열린 7월 31일 부산 사직 경기에서는 롯데 포수 손성빈이 1이닝 만에 구토, 미열 증세를 보여 교체되기도 했다.
폭염에도 일을
멈추지 못하는 현장은 곳곳에 있다. 서울의 쿠팡
캠프에서는 실내 온도가 42도까지 오른 가운데 노동자 2명이 잇따라 쓰러졌다. 회사의 배송 물량은 늦게 도착했지만 배송 마감
시간은 그대로여서 노동자들이 뙤약볕 아래에서 밀린 물량을 처리해야 했다는 것이 택배노조의 설명이다. 대전의 한 공영주차장
정산부스는 내부 온도가 40.2도까지 올랐지만 선풍기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농촌과 건설현장, 배달과 택배, 폐기물
선별장처럼 햇빛이나 열기를 피하기 어려운 노동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신문이 찾은 한 재활용
선별장은 작업장 온도가 43도까지 올랐지만, 노동자들은 쌓이는 물량과 동료의 부담을 걱정해 충분히 쉬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체감온도 31도 이상에서 장시간 하는 작업을 ‘폭염작업’으로 규정하고, 냉방·통풍, 작업시간 조정, 휴식 부여 등 필요한 예방조치를
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가 제시한 체감온도 35도 이상 시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 중지와 38도 이상 시 긴급조치
작업 외 옥외작업 중지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권고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폭염 작업중지를 사업주의 판단과 정부 권고에 맡길 것이 아니라
강제력 있는 기준으로 바꾸고, 작업을 멈춘 노동자의 임금 손실도 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내 고온 작업장에서는 체감온도 측정과 휴식 의무가
실제로 지켜지도록 감독을 강화하고, 배달 등 이동노동과 현행 노동법의 보호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포괄할 기준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 코멘트
‘덥다’는 말을 넘어 재난 수준이다. 최근 대통령도 현 상황을 ‘국가재난사태’로 보고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이미
마련된 경보와 작업중지 권고를 실효성 있는 의무로 발전시키고, 그 결정 때문에 노동자가 임금과 일감을 잃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특히 배달노동자와 건설 일용직, 농촌의 계절·이주노동자처럼 스스로 작업을 중단하기
어렵거나 하루 쉬는 일이 곧바로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사람들에게 “위험하면 쉬라”는 권고만으로는 부족하다.
휴업수당이나 지자체의 '기후보험' 등이 있지만 폭염 시 실제 제도가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게 보완할 필요는 있다.
올여름 지독한 폭염에 시달린 유럽에서도 작업중지에 따른 소득 손실을 줄이려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고온으로 작업이 중단되거나 단축될 경우 사업주가 공적 임금보전제도를 신청할 수 있다. 유럽도 폭염 대응에 여러
난맥상을 보이고 있지만 재난 대응의 비용을 노동자 개인에게만 지우지 않으려는 시도는 참고할 만하다.
최상위 폭염특보인 폭염중대경보가 올해 신설됐다. '극한호우'라는 개념이 공식 도입되더니 이제는 '폭염중대경보'를
마주한다. 기후위기가 일상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지금, 폭염 대응의 핵심은 경보를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장
멈추기 어려운 사람이 실제로 멈출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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