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30일 ‘윤석열 정권 검찰청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이하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 8건을 포함해 총 12개 사건의 검찰 조작수사·조작기소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겠다는 법안입니다. 법안에 직접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특검이 공소취소까지 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법안에 대한 우려가 정치적 반대파에게서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정의당은 이 법안이 대통령이 본인 사건의 공소취소 권한을 지닌 특검을 임명하는 구조라며,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 사설 역시 이 법안이 형사법의 대원칙과 권력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사법절차에 대한 부당한 개입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권 내부에서도 한 달 뒤 열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물론 이번 조작기소 의혹은 가볍지 않습니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 권한을 정적 제거의 도구로 썼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중대한 훼손입니다. 권력자뿐 아니라 누구나 왜곡된 형사사법 절차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 사회를 유지하는 제도 자체를 불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단순히 ‘권력 싸움’으로 치부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그 해법이 절차를 흔들고 사회의 신뢰를 더 낮추는 방향은 아닌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분명 검찰과 법원의 축적된 과오가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핵심 요인입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짚고 싶은 것은 정치의 무능입니다. 그동안 한국 정치는 본연의 역할을 회피한 채 형사사법 절차로, 법정으로 도망쳤습니다. 정치가 품어야 할 사회 갈등은 고소·고발장이 되었고, 정치가 책임져야 할 판단은 법원의 판단에 위탁되어 왔습니다. 그렇게 정치가 법정으로 도망치다 보니, 이제는 정치와 사법절차 사이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이번 법안에 반대하면 ‘재래식 언론’에 물든 사람으로, 찬성하면 ‘진영 논리’에 물든 사람으로 몰리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반대한다고 해서 기존 형사사법 절차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며, 찬성한다고 해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파를 모든 가치 위에 두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의 뿌리는 깊고 해답의 방향은 복잡한데, 공론장은 자꾸 OX퀴즈처럼 굴러갑니다.
검찰과 사법부의 케케묵은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합니다. 공수처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도 있고, 국회와 시민이 수사·기소·재판 절차를 더 투명하게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다만 예외를 늘려나가는 방식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해법이든, 그 전제는 분명합니다. 정치권이 갈등을 정치로 조정하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법정으로 도망치는 정치도, 법정을 흔드는 정치도 우리가 바라는 정치는 아닐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