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내년도 예산안 그리고 내란 1년까지. 여러 소식 가운데 오늘 <위클리 알트>에서 다룰 소식은 영국의 Your Party 창당 이야기입니다. 흔히 '당신의 당'으로 번역되고 있기에 여기서도 그렇게 불러보겠습니다. '당신의 당'이 일요일(한국 시간으론 오늘 새벽), 리버풀에서 열린 이틀 간의 창당대회를 통해 공식 출범했습니다.
최근 영국 정치 지형은 요동치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개혁당 25%, 노동당 19%, 보수당 18%, 녹색당 16%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극우정당인 개혁당의 급부상, 정부여당인 노동당 지지율의 하락 등으로 전통적 양당 구도가 약해지고 정치구도가 재구성되는 양상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당신의 당은 단순한 신생 정당을 넘어, 노동당 우경화에 비판적인 지지층의 주요 선택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당신의 당이 노동당과 녹색당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겠죠.
창당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제러미 코빈 전 노동당 대표, 노동당을 탈당한 자라 술타나 의원이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을 선언했을 당시, 공식 창당 이전임에도 일주일 만에 60만 명 이상의 입당 희망자가 쇄도하기도 했었죠. 이는 기성 정당들의 당원수를 훌쩍 넘기는 엄청난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본격적인 창당 준비 과정에서 남성 중심 리더십에 대한 술타나 의원의 비판을 시작으로, 정치자금, 온라인 멤버십 시스템, 지도체제 등 사안마다 코빈과 술타나의 대립이 이어졌고, 창당도 하기 전 현역 의원이 내부 갈등을 비판하며 이탈하는 수준까지 치달았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열린 창당대회에서는 여러 결정이 있었습니다. 우선, 임시 당명이었던 당신의 당(Your Party)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수를 위하여(For The Many), 인민연합(Popular Alliance), 우리의 당(Our Party) 등이 당명 후보에 있었죠. 그밖에도 단일 대표체제가 아닌 집단 지도체제 채택, 이중당적 조건부 허용 등이 의결됐습니다. 참고로, 이중당적 문제는 노동당보다 더 좌파로 분류되는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의 당원 자격 부여가 주요 쟁점이었는데요. 술타나 의원은 이중당적 불허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하며 창당대회 1일차를 보이콧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창당대회에서 코빈과 술타나측 모두 일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긴 했지만, 창당 준비 과정의 갈등이 내상을 입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 창당대회가 마무리된 탓에, 한국 정치에 시사점을 주는 주요 쟁점을 자세히 다루지는 못했는데요. 모든 갈등을 추적할 필요는 없지만, 채택된 당헌과 정치 문건, 의사결정구조, 이중당적 문제 등은 한번씩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후에 좀 더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갈등이 깊었던 탓인지 벌써부터 비관적인 전망들도 보입니다. 그럼에도 유튜브로 중계된 창당대회를 보고 있으니 역동성, 변화를 위한 시도만으로도 꽤 가슴이 뛰어옵니다. 진보정당의 공간이 점점 좁아지는 한국에서 'Your Party'를 만든다면 어떤 지향과 구조를 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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